슬픈 시로 다가오는 그 남자. 오늘도 어김없이 그 카페에 액자처럼 걸려 있다. 초췌한 몰골, 파란 입술, 근심어린 눈빛은 진이 다 빠져나가 속이 빈 고목 같다. 땅에 닿아야 할 뿌리가 허공에 떠 있다. 중력마저 무력하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낯선 만남을 하고 있다. 붙박이가 된 남자가 궁금해서 나도 자주 찾곤 한다. 우린 무성영화의 주인공이다. 난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잔혹한 도둑, 프로크루스테스다. 그 남자를 내 잣대에 올려놓고 늘이고 줄이고 한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재단하고 자르고, 깁고, 고쳐 쓴다. 그 남자 좌석 옆자리에서 커피를 마신다. 오후 서너 시경의 카페는 한산하다. 무료해서 커피잔에 꽂힌 빨대를 돌린다. 삶의 운전대라도 되는 양 좌회전했다가, 유턴하며 운전 연습을 한다. 그러다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