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작은 불 하나에 하루가 조용히 몸을 푼다 녹아내린 시간은 종이 위로 흘러와 깨알 같은 문장이 되고 심지 한가운데서 피처럼 태어나 언어가 되기 전의 슬픔으로 먼저 불타오른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운명을 살며 빛을 내는 얼마나 고요한 칼날 위의 숨인가? 지워진 문장처럼 저녁은 재처럼 쌓이고 잿빛 위에서 한 줄기 따뜻함을 느낀다 한세상 살아보겠다고 얼마나 많은 밤을 말없이 울어야만 했을까? 끝내 불꽃이 사라져야만 /완성되는 몸 ◇김근혜=계명대학교 여성학 대학원 졸업. 계간 『동리목월』 수필 등단. 제11회 산림문화 작품 공모전 시, 수필부문 대상(국무총리상). 제7회 중봉 조헌문학상 우수상. 제3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우수상 외 다수. 대구매일신문, 대구일보, 경북매일 칼럼 집필. 대구 문인, 수필가 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