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 핀 나무 아래 잔설이 누웠다. 햇살이 선을 긋는다. 하트 모양으로 눈을 녹이는 것을 보니 이 세상 어딘가에 아직은 사랑이 있나 보다. 볕살에 춤추는 아지랑이를 보니 세상 어딘가에 아직은 세레나데가 있는가 보다. 춘몽이 난분분 한다. 봄비가 고인다. 서성이는 봄의 경이에 시인은 새싹 돋는 소리보다, 아물거리는 아지랑이보다, 햇살이 병아리 떼 불러내는 소리보다, 꽃잎이 벙그는 소리를 적으리라. 겨울이 지나갔음에도 풋풋한 풀 내음이 여태껏 없었는데, 입춘이 지나자마자 놀랍게도 풀싹들이 사그작사그작 몸을 비벼댄다. 새잎들도 솨아솨아 소리를 내며 순서를 잊지 않고 돋아난다. 나는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의 벌름거리는 환청을 빨아들여 해독의 시간을 누린다. 홀사랑 맞이다. 조매早梅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