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팔을 위로 올릴 수는 있지만, 옆으로 뻗으면 사방에 걸리는 것 투성이다. 다리를 옆으로 벌릴 수는 있지만, 앞뒤로 놓으면 구부려진다. 한 평도 되지 않은 공간, 0.5평에 갇혔다. 그렇다고 영혼까지 가둘 것인가. 오늘은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숲을 주위에 채워 넣어 보자. 종이컵 옆에 느티나무 한그루를 펼치고 커피머신 위에는 새파란 하늘을 드리운다. 이왕이면 몽글몽글한 구름도 끼워 넣어야지. 의자는 어디에 놓을까. 니스칠이 선명한 새 의자는 별로다. 칠이 벗겨지고 사람의 체온이 밴 낡은 의자가 좋겠다. 소형 냉장고 옆에 의자를 밀어 넣는다. 야생화와 웃자란 풀들도 빠질 수 없으니 발밑에 수북하게 깐다. 주변에 올망졸망한 나무들을 배치하고 울타리도 만들어보자. 바람이 옷자락을 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