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또 하나의 언어-김근혜
사진, 또 하나의 언어 김근혜 징후다. 답답해서 밥이 목구멍에 걸린다. 산맥들이 꿈틀거리며 탈출을 꿈꾼다. 좋지 않은 호흡기 탓에 서랍 안에서 꿈이 늙을 때가 많다. 방랑벽이 있는 사람이 겨울을 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견디는 재간은 나이인 것 같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무작정 시동을 건다. 이사 온 지 삼 개월이 지나가는데 낯설다. 감기로 인해 실내에서 지내다 보니 가을이 떠나고 없다. 직장을 그만둔 후론 사진을 찍는다. 영혼이 피사체에 빠져 일체가 될 때 느끼는 희열이 나를 바깥으로 밀친다. 누군가가 지나쳐버린 하루를 담고, 내가 사랑하는 파도도 넣으며 위안을 얻는다. 검은 상자 안에서 빨간 알약, 파란 펭귄, 다 닳은 지팡이가 나온다. 그들의 호흡이 멈추기 전에 재빨리 하드웨어에 저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