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통로 현관 앞에 폐기 처분하듯이 마구잡이로 끌려 나온 이삿짐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속 불편한 사람이 오물을 토해내 놓은 듯 뒤죽박죽이었다. 꽤 괜찮은 물건들도 더러 있 었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끄는 건 윤이 자르르 흐르는 장 단지였다. "장 단지가 참 곱네요." 했더니, 이삿짐센터 인부가 "필요하면 가져 가이소" 한다. 탐이 나는 단지를 골라 얼른 엘리베이터 입구에 가져다 놓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다 싶어 주인을 찾았더니 만날 수 가 없다. 인부의 말이 장독의 주인은 윗집 할머니라고 했다. 순간 흠칫했다. 횡재했다고 좋아하던 마음이 싸 늘히 식어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단지를 슬그머니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 장 단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