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를 다녀왔다. 그 집에는 빈 벽이 거의 없었다. 장식가구가 많았고 가구가 없는 벽 앞에는 분재와 도자기가 도열해있고 조명이 가족사진과 그림을 비춰주고 있었다. 터질 듯 꾸며진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니 마음이 산만하고 묵직하다. 몇 해 전 제주도에 갔을 적에 사진작가 고 김영갑의 갤러리, 두모악에 들른 적이 있다. 하릴없이 쏘다니다 우연히 팻말을 보게 되어 찾아간 것이다. 한때 시골 분교였던 갤러리는 아담했다. 틀만 간직한 채 개조된 건물은 수수했고 작은 운동장은 나무와 조각품들로 아기자기했다. 말년에 루게릭병으로 고생하면서도 손수 정원을 가꾸었고 유골도 그곳에 뿌려졌다고 한다. 갤러리는 여느 갤러리와 다르게 천장이 낮고 바닥이 마루였다. 그 덕분에 방안 마냥 포근했다. 드문드문 걸려있는 사진에서는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