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얼·룩 김근혜 블라우스에 묻은 얼룩이 표백제를 써도 지워지질 않는다. 왼쪽 가슴에 남은 흔적 같다. 그 기억을 지우려고 손에 더욱 힘을 주고 문질러 본다. 손목만 욱신거린다. 열 몇 살 무렵이었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니 자태가 아름다운 여인이 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조등으로 걸린 엄마의 빈자리가 늘 허전하던 때여서 그 자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새엄마는 나이 차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날씨처럼 변덕이 심했다. 불협화음 사이에서 늘 조마조마한 나날이었다. 벗어나고 싶어서 날이 새기가 무섭게 학교로 달려갔다. 집이 싫어서 달렸고 그 여인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어서 또 달렸다. 묵은 때가 많은 빨래는 삶아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듯이 내 유년이 되돌릴 수 없는 얼룩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