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올리는 贖愆祭(속건제·허물을 씻기 위한 제사)/김근혜 수필가 아버지는 땅을 팔면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 외지인이 와서 공장을 짓는다며 땅값을 비싸게 준다고 했다. 귀가 여린 아버지는 그 꾐에 계약금만 받고 땅문서에 덜컥 도장을 찍었다. 전답(田畓)을 처분해 자식들을 도시에서 공부시킬 요량이었지만 한순간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쉰을 넘긴 아버지가 맨손으로 일어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 재산을 뺏긴 심정이 오죽했을까? 혼이 나간 사람처럼 우두커니 벽만 보고 지냈다. 어린 자식들과 눈 맞추는 걸 제일 두려워했다. 어머 니가 살아 계셨다면 아마도 생병이 나서 지레 돌아가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부농(富農)의 장남으로 할아버지의 커다란 우산 아래에서 비바람을 모르고 살았다. 풍류나 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