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글

응답하라, 치매-김근혜

테오리아2 2018. 4. 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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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치매

 

  김근혜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쟁점이 되고 있는 노인 문제를 보면, 오래 사는 것이 복이 아니라 욕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중에서도 치매가 머리를 혼란하게 한다.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의 무차별적인 반란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며칠 전 연예인 조부모 자살 사건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신이 준 수명까지도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시대다. 빈곤과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심지어는 가족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린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그림이다.

 

애년(艾年)을 사는 나도 앞으로 다가올 은퇴와 치매 문제를 가벼이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치매 환자를 찾는 현수막이 하나, 둘 늘어간다. 몇 달이 지나도 철거되지 않는 현수막을 보며 그들이 어디로 갔을지 궁금해진다. 어느 낯선 곳에서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는지 애타는 가족을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다. 펄럭이는 현수막의 어르신이 내 슬픈 미래는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늙는 것도 서러운 일이거늘 내가 나를 모르는 병에 걸려 가족을 힘들게 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살아온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떻게 하면 잘 살까를 고민하며 살았지만 이젠 잘 죽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

 

아버지가 살아계시던 육십구 세의 어느 날, 병문안 간 나에게 아줌마는 누구세요.”라고 한 말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결핵균이 머리를 침입해 일시적인 기억 저하 현상이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때 일이 잊히지를 않는다. 자식에게 좋은 것을 남겨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부모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사는데 자식에게 무거운 짐까지 안겨준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TV 프로그램에서 머리둘레와 치매에 관한 얘기를 듣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치매는 머리 크기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했다. 머리가 작은 나는 충격을 받았다. 줄자를 가지고 몇 번이나 재 봤지만 여전히 경계선이다. 경계선이란 참 애매한 단어다. 가능성이 있다는 범주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다음 날부터 치매와의 전쟁 선포가 시작되었다. 노루궁뎅이 버섯이 좋다는 말을 듣고 물을 끓여 먹고 비타민 B12가 든 제품을 사며 부산을 떨었다. 두뇌 훈련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서 게임 아닌 게임을 했다. 동화 제목 같은 쥐돌이가 찍찍’, ‘무당벌레 잡기’, ‘뉴욕에서 농구 게임’, ‘돌리고돌리고라는 제목에 매료되어 이 방 저 방 돌아다녔다.

 

그야말로 돌리고 돌리고였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훈련이 아니라 이러다 머릿속이 더 혼란스러워지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되기도 했다. 기억력이나 집중력, 언어력, 판단력에서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 시공간 감각력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져서 도전하다 그만두었다. 편식을 하는 나는 분명 위험하다. 너무 빠져도 안 되지만 머리 쓰기 싫다고 어려운 과제를 피해 가는 것도 문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채비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작은 훈련이 두뇌를 건강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면 분명 행복한 놀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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