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론

수필 - 단락나누기

테오리아2 2014. 3. 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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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크게 둘로 나누면, 시(귓글)와 산문(줄글)으로 나눌 수 있겠다.
    시(詩)가 노래하는 기쁨에서 우러나는 것이라면 산문(散文)은 이야기하는 즐거움으로부터 얻어진다.
    수필은 이야기글, 즉 산문이다. 산문은 자기의 정의(情意)를 이야기에 의해 이끌어 가는 글이다.  우리 나라에서 '수필'형식으로 씌어진 글은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해도 상대에서부터 수필형식의 글이 많이 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삼국시대, 692년에 설총(薛聰)이 쓴 의인체의 수필형식의 글 <화왕계>(花王戒)가 나왔다. 이 글은 당시의 어질지 못한 임금을 비유한 글이라고 전해지고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자기 아버진 원효대사(元曉大師)와 요석공주를 빗대어서 쓴 글인 상 싶다. 그 외에도 통일신라 때의 고승(高僧) 혜초(慧超:704~787)가 당(唐)나라에 갔다가 다시 남인도 오천축국(五天竺國)을 비롯하여 가섭미대(迦葉彌大), 토화라(吐火羅)등, 여러 나라를 10여년간 돌아 다니며 보고 느낀 것을 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과 같은 기행수필이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자료가 있었으리라 짐작되나, 그 당시는 종이와 인쇄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라 필사(筆寫)로 전해졌기 때문에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고 더구나 크고 작은 전화(戰禍)로 자료들이 많이 소실되고 말았다.
    그 뒤 고려조에 오면 여론을 조사하는 패관제도(稗官制度)가 유입되어 패관들이 여론을 조사 기록한 패사(稗史)에 창의를 덧붙여 만든 수필류가 많이 나왔다. 그중 고려초기의 학자 박인량이 지었다는 <수이전>이나, 고종 41년(1254)에 만들어진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이나, 원종연대(1260)에 만들어진 최자(崔滋)의 <보한집>(補閑集)이 나왔다. 특히 고려말의 성리학자이며 당대의 저명한 시인이었던 이제현(李齊賢)의 수필집 <역옹패설>(轢翁稗說)이 1342년에 나왔다. 여기는 시문(詩文)을 위시하여 인물평과 항간(巷間)에 떠돌아 다니는 이문(異聞) 설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문헌으로만 따져보아도 우리의 수필은 몽떼뉴의 베이컨보다 약 300년을 앞섰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뒤 '수필'의 이름으로 씌어진 것으로 이민구(李敏求:1589~1760)의 <독사수필>(讀史隨筆)이나 연암 박지원의 <일신수필>(馹迅隨筆)이 그 시작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패관들이 수집해온 사실(稗史)을 재미있게 꾸몄거나 사실담, 전설, 이문(異聞), 기담(奇談)들을 모은 것들이어서 오늘 우리가 말하는 '수필'과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수필(隨筆)'이란 한자어가 말하듯이 다른 문장처럼 일정한 약속이나 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이 쓰는 무형식(無形式)의 형식의 글이다.

    수필은 영어의 'essay'나 프랑스어의 'essai'에 해당하는 글을 일컫는 말이 될 것이다.
영어의 'essay'는 라틴어의 'exigere(시도한다, 조사한다)'등의 동사에서 온 말이다. 'essay'란 말이 처음 씌어진 것은 프랑스의 몽떼뉴(Montaigne)의 <수상록>에서, 그 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Bacon)의 <수필집>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양의 수필형식의 글들도 그보다 훨씬 앞섰다고 볼 수 있겠다. 가령 프르다크의 <영웅전>이나 세네카의 <행복론>, 오우레리어스의 <명상록>도 넓은 의미의 수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나라의 '수필'은 서양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다시 말해서 지난 날의 우리 나라의 수필은 소설도 아니고, 희곡도 아니고, 시도 물론 아닌, 시(詩), 문(聞), 화(話), 담(談), 설(設), 찬송, 한화(閑話) ·········· 등의 기록을 일컫는다.
    외국에서 말하는 '에세이'가 아니고 일종의 Note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이제현의 <역옹패설> 서문을 보더라도 짐작이 간다.
   「至正 壬午年 여름에 비가 달포동안 계속 내렸다. 문을 닫고 들어 앉으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서 답답함을 이길 수가 없었다.
    처마끝에서 내리는 낙수물을 받아 벼룻물을 삼고 벗들 사이에 왕복한 편지 조각들을 이어 붙인 다음 기록한 것을 닥치는대로 그 종이의 뒷면에 적고, 그 끝을 제목에 붙여 <역옹패설>이라고 한다.」


    오늘 우리가 말하는 '수필'은 그런 것이 아니다. 1910년 이후 서양의 문학양식이 이 땅에 유입된 이후, 수필의 문학적 의의라던가 그 성격이 매우 달라졌다.

    '수필'이라고 하는 문학장르에 명확한 개념규정을 내린다는 것은 수필 성격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의 수필 영역이 넓다. 더욱이 근자에 와서는 문학형식이 아나키(anarchy)해져서 소설마저도 수필형식으로 접근해 가는 형편이다. '수필(隨筆)'이란 말이 서양의 에세이(essay)와 같은 뜻으로 쓰여 지기는 하지만 한국문학의 전통적 장르로서의 수필은 서양의 '에세이'로 불리어지는 개념에 견주어 보면 훨씬 그 범위가 넓은 문학형식이다. 우리의 전래의 문학은 대부분 '수필'의 형식에 의하여 구성되었다.
    가령, 자연을 그려도 노래처럼,
            인물을 그려도 그림처럼,
    시도 무상한 인생이 아니면 허망한 세태다. 지나치게 덧없는 인생의 슬픔을 읊고 있다. 고대 <한글소설>의 대부분이 그 기법상으로 볼 때, 플롯트도 없고, 대화도 별로 없고, 모놀로그(monologue)에 가까운 것들로 이루어졌다. 다시 말해서 주관의 움직임이 주되는 분위기로 되어 있다. 이것을 수필의 측면으로 본다면 수필의 세계와 별 다를 바가 없다. 한국문학에서 수필의 본질에 관한 연구와 평론이 뒤떨어진 것은 수필이 갖는 성격상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필가 윤오영(尹五榮)씨도 <수필의 개념>이라는 글에서, 「수필이란, 가장 오래된 문학형태인 동시에 가장 새로운 문학형태요, 아직도 미래의 문학형태인 것이다. 원래 옛날에는 문학이라고 하면 '귓글'과 '줄글'이 있었으니, 즉 시(詩)와 문(文)이 문학의 양종(兩宗)이다. 소설이 등장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훨씬 후세에 있어서이다. 수필이란, 곧 문(文)에서 발달해 온 것이다. 그러나 '수필'의 활동은 과거의 모든 문학형태나 인습(因習)이나 구속에서 탈피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사실, 같은 문학이라 해도 시문학은 고대문학(古代文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나라의 맨 처음의 서정시는 B.C 17년경에 지어진 유리왕의 <황조가>에서 시작하여 현대에 접어들면서 최남선, 주요한, 한용운, 김소월, 김기림, 정지용, 서정주까지 2000년, 운율, 형식, 내용면에 있어서 여러 가지의 시도를 해 보았다. 신체시에서 낭만주의, 상징주의, 이미지즘, 다다이즘, 슐레알리즘, 심리주의, 토속적 자연주의, 모더니즘‥‥‥‥실로 다양한 시험을 시도해 본 셈이다.  그러나 '수필'은 이런 연구나 비평이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 나는 이 강의에서 수필의 개념이나 정의를 밝히기 보다는 새로운 '수필적 방법'을 시도해 봄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수필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휴게실(1) ▒
  

▷ 문학이란 무엇인가?                                                                  
·   '문학이란?'의 물음은 '인생이란?'의 물음과 같은 것.
    문학은 궁극적으로 인생의 표현이요, 생명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 예술의 내용과 사회성(社會性)

·   예술의 내용은 생명(生命)의 구체적 모습이다.
   그 내용은 '현대인의 생명' 그것이 아니면 안 된다.
   예술이 현대의식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용에서는 작가가 자유로운 선택을 가감하게 되지만, 그 가운데 기어이 있어야 할 조건은   '현대의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예술에 기어이 사회성(社會性)의 방법을 시도하지    안으면 안 된다.


▷ 작가적 임무

·   인간은 태어난다는 그 사실이 하나의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나의     문제가 부과 된다. - 먹고, 자고, 꿈꾸고,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바로 이것이 인간이다.
    작가는 전인간적 인간(全人間的 人間), 이것에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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