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이다. 바람이 살랑, 내 블라우스 자락을 부풀린다. 동네 아이들이 떠난 그네에 앉아 고개를 젖힌다. 어둠과 맞닿은 나뭇가지마다 별들이 매달렸다. 밤하늘에는 온통 외로움이 물들어 있다. 세운 무릎에 손깍지를 끼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싶게 한다. 숨을 크게 쉬어 본다. 흘러 다니던 꽃향기가 폐부 깊숙이 빨려든다. 그 속에서 나는 잊고 있던 냄새의 한 끝자락을 붙잡는다. 엄마에게선 항상 달큰한 냄새가 났다. 달달한 과일이 농익은 냄새였다. 고운 분가루를 탁탁 두들려 발라 살 속 깊숙이 그 냄새를 밀어 넣고, 겉은 분내로 은은하게 감춘, 한없이 포근했던 냄새. 엄마의 살 냄새가 좋아서 나는 자주 품에 안겼다. 가슴을 한껏 부풀려 흩어지는 냄새를 붙들었다 맡으면 맡을수록 그 냄새는 더욱 그리워지기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