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2

냄새 / 한경희

봄밤이다. 바람이 살랑, 내 블라우스 자락을 부풀린다. 동네 아이들이 떠난 그네에 앉아 고개를 젖힌다. 어둠과 맞닿은 나뭇가지마다 별들이 매달렸다. 밤하늘에는 온통 외로움이 물들어 있다. 세운 무릎에 손깍지를 끼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싶게 한다. 숨을 크게 쉬어 본다. 흘러 다니던 꽃향기가 폐부 깊숙이 빨려든다. 그 속에서 나는 잊고 있던 냄새의 한 끝자락을 붙잡는다. 엄마에게선 항상 달큰한 냄새가 났다. 달달한 과일이 농익은 냄새였다. 고운 분가루를 탁탁 두들려 발라 살 속 깊숙이 그 냄새를 밀어 넣고, 겉은 분내로 은은하게 감춘, 한없이 포근했던 냄새. 엄마의 살 냄새가 좋아서 나는 자주 품에 안겼다. 가슴을 한껏 부풀려 흩어지는 냄새를 붙들었다 맡으면 맡을수록 그 냄새는 더욱 그리워지기만 했다. "..

바이올렛/한경희

오후 햇살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바이올렛 화분에 골고루 비칩니다. 봄맞이로 뭘 들여놓을까 고민하는 제게 화원에서 바이올렛을 추천해주었습니다.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고 생명력이 강하다면서요. 저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싶어 색깔별로 담아 왔습니다. 주인은 마치 큰 기밀이라도 발설하는 양 속닥였지요. “잎사귀를 떼어서 흙에 꽂아두기만 하면 번식이 돼요.” 속는 셈 치고 두툼한 잎 다섯 장을 골라 빈 화분에 꽂았습니다.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요. 화원의 말과 달리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기르는 사람이 두어 번 물 준 것 말고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저 미물도 알아챘을 테지요. 식물도 사랑을 주면 꽃과 열매를 더 튼실하게 맺는다잖아요. 볕이 따가워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