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탈, 탈 김근혜 그들을 만났다. 처음 만난 그들에게선 은행 냄새가 심하게 나서 숨을 고르기 힘들었다. 음식 찌꺼기도 삶의 슬픔처럼 닥지닥지 붙어 있었다. 그런 얼굴로 활짝 웃으며 반기는 모습은 이슬을 머금은 나팔꽃 같았다. 얼결에 따라 웃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마음이 들킬까 봐 억지로 입꼬리를 추어올렸다. 넘어질 듯 달려와 반길 때면 거부감은 눈 녹듯 사라지고 고마움에 덩달아 달려가게 되었다. 저리 반겨준 사람이 있었던가. 살붙이도 그런 적이 없었다. 이젠 그들보다 내 가슴이 먼저 뛴다. 달팽이에게 가슴이 베인 설중화 수선, 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샴쌍둥이 루드베키아, 탯줄이 잘린 등심붓꽃, 그들은 탈頉이 있다고 발치를 당해 여기저기 떠돌며 활착하는 꽃들이다. 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선천성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