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은 배경을 둔 색깔이지만 연두는 배경이 되는 색깔이다. 초록의 바탕색을 이루는 연두는 봄의 전령사이고 모든 색의 시작이다. 봄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출발선에 선 연두가 머리띠를 질끈 묶고 선수로 나선다. 지대가 낮은 들판으로부터 길을 건너고 마을을 지나 계곡을 가로질러 높고 낮은 산으로 연두는 달려간다. 논둑이나 밭둑에 걸터앉고 저수지 둑에도 멈춰서며 돌담 옆 감나무 가지에서 까불기도 한다. 보리밭에서 한눈을 팔다가 개울물 소리에 발맞춰 종종거릴 때도 있다. 연두가 머무는 곳은 생명의 성지가 된다. 꿈틀꿈틀 피어오르는 흙의 온기에 스며 연두는 쑥이 되고 냉이가 되고 달래가 된다. 바람의 옷자락 사이에 숨은 연두는 숲속 나무를 깨운다. 가지마다 피어난 잎눈 속에는 연두의 숨소리가 가득하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