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식탁에 멀슥이 앉아 밥 먹는 것이 싫어서 TV 앞에 밥상을 펴고 아내와 조반을 같이한다. 아쉬운 대로 나이 들어 만들어진 대화의 장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상다리가 조금씩 흔들리더니 밥상이 자꾸 한 쪽으로 기운다. 나사가 헐거워졌는지 늙은 소처럼 주저앉을까 불안하다. 상을 펼 때마다 다리를 바로 세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아내가 나의 반복된 불평에 ‘요즈음 그런 것 수선해주는 목수가 어디 있냐?’는 말만 되풀이 하더니 어느 날 꼭꼭 숨겨두었던 말끔한 새 상을 불쑥 내놓았다. 다리가 튼튼한 밥상의 출현으로 거실에 금세 안정이 찾아왔다. 얼마 전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라는 일본 영화를 보았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유인이 된 여주인공이 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튼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