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서문을 읊는다. 마이크에 기름을 바른 듯 반지르르한 말이 굴러 나온다. 경매사는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마음대로 넘나들며 흥정을 붙인다. 지긋이 묵상하는 구경꾼들 등줄기에 실핏줄이 일어선다. 시간을 추리하려는 사람들의 인기척을 가만가만 듣고 있는 촛대 하나가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한 해가 가기 전 매출이라도 올리려는 걸까. 경매사의 목소리에 고이는 힘이 만만찮다. 사람들의 잠자던 손가락이 눈을 열고 서성거린다. 물건은 전파탐지기를 매단 고래가 된다. 큰 화면으로 그를 보며 둘째손가락으로 왼쪽을 쉼 없이 클릭, 클릭하는 사람들. 마우스는 설렌다. 여체를 조각한 목각 인형에게도 극적인 장면이 나올까. 새소리마저 죽은 금요일 밤, 경매장의 열기는 뜨겁다. 잠시 쉬고 있는 나에게 DNA가 두드린다. 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