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 매달린 눈동자가 맑다. 투명한 눈에 하늘이 들어앉는다. 파래지는 빗방울. 사마귀가 풀잎에 앉아 나를 보고 씩 웃는다. 소박하고 평범한 아침이다, 회색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편안하게 해주는 풍경이다. 마음속에 품고 있든 것들이 페달을 밟고 달려온다. 오늘 떠나보냈던 기억이 내일은 또 다른 얼굴로 되돌아온다. 잊어야 할 것은 왜 더 뜨거운 열기로 다가오는가. 이럴 땐 자유자재로 왜곡이 가능한 기억 구조를 가지고 싶다. 기억 저장고가 고장이 났는지 시시때때로 심장을 건드린다. 나쁜 기억은 무딘 칼로 무를 자르는 것 같다. 울퉁불퉁하게 가슴에 스미는 덧옷들. 기억은 너무 많은 옷을 껴입고 있다. 시냇가를 걷는다. 거추장스러운 것으로부터의 도피이다. 돌에 부딪혀 내는 물소리가 기분을 말갛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