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를 다시 걸며 김근혜 액자를 다시 걸었다. 삼십여 년 동안 손길이 타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액자를 골방에서 찾아냈다. 마음을 닦아내듯이 닦고 또 닦았다. 액자 속엔 그녀와 소풍 갔을 때의 모습이 판화처럼 담겨 있다. 중학 시절 단짝이던 친구를 삼십여 년 만에 동창회에서 만났다. 그녀와는 내리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키도 비슷해서 늘 옆자리거나 앞, 뒤로 앉았다. 그녀가 왈가닥이었다면 나는 얌전이였다. 우린 2인용 자전거처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교정을 거닐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제는 주로 고등학교 진학 문제라든가 장래 희망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는 은행원이 꿈이었고 난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교정 소나무 앞에서 손을 꼭 잡고 소원을 빌었다. 어느 눈 내리던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