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유리벽 안에 박제되어 있는 물건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분명 의자같이 생겼는데 의자는 아니다. 그리고 사람이 앉기에는 작다. 모양을 보면 작은 가마다. 팔걸이와 등받이에는 당초문양을 그려 곱게 단청을 했다. 안내문구에는 ‘영여(靈輿)’라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이승의 혼백(魂帛)을 저승으로 옮기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라고 한다. 영혼이 타는 가마다. 영혼이 사용한다는 것은 저승과 이승을 연결해 준다는 뜻이다. 순간적으로 좁쌀 같은 소름이 돋는다. 죽음의 냄새를 맡았던 것일까. 저승과 연결된 무엇이 저 위에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 가마에 앉으면 이 세상의 모든 집착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뿐히 저 세상으로 떠나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허나 저 세상은 죽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