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곡지에 들렀다. 비에 젖은 연둣빛 버드나무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봄의 눈짓에 화답하듯 새들의 지저귐도 정겹다. 나뭇잎은 4월을 벗으려는 듯 군데군데 초록 띠를 두르고 있다. 반곡지를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 등쌀에 도화밭은 몸살을 앓은 흔적이 역력했다. 무심한 발자국에 상처난 도화 송이를 어루만져 본다. 애써 마음을 넓혔을 도화가 기특해 보인다. 나뭇가지 몇 개 꺾어 경계를 만든 주인의 애타는 심정이 울면서 웃었던 건 아닐까. 반곡지는 유일한 쉼의 장소가 되었다. 세상 어디에도 있는 연못이지만 여기는 특별하다. 4월의 반곡지는 ‘Deep Purple의 April’이 수면 위로 흐른다. 웅장하고 경쾌하면서 클래식한 리듬이, 잠자는 영혼을 쩡쩡 깨운다. 반곡지에 와서 이 선율에 빠져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