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귀퉁이 시멘트 갈라진 틈새를 비집고 민들레가 피었다. 마당뿐만 아니라 사무실 앞 담벼락 밑에도 몇 송이가 무리를 지어 얼굴을 내밀었다. 봄바람 두어 번 스쳤을 뿐인데, 갑자기 어디에서 날아와 저 험한 곳에 뿌리를 내렸는지 모를 일이다. 물도 없고 거름도 없어 가녀리고 왜소하다. 뿌리나 제대로 내렸는지 몇 번을 들여다본다. 저 혼자 생글거리는 모양새가 제법 꽃답지만, 도시의 시멘트 사이에서는 왠지 그 모습이 애잔하다. 그 여리고 앙증맞은 몸매 어디에 그런 강인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었는지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주택가도 아니고 상가지역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사무실이 있다. 내 건물은 아니지만, 세입자들이 자주 바뀌는 다른 집과는 달리, 널찍한 마당에 사무실과 창고를 이십여 년째 주인처럼 사용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