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우산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할머니 몇 분이 우산을 쓰고 가신다. 그 옆에 어정쩡하게 비를 맞고 따라가는 할머니에게 눈길이 닿는다. 갑자기 내린 비로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나 보다. 함께 걷는 사람들은 무심히 앞만 보고 걷는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너는 우산도 없냐.” 뒤돌아다보며 한마디 던진다. 감정 섞인 말투다. 아니 비아냥거림에 가깝다. 시장가는 길이라서 그분들 뒤를 따르게 되었다. 노인정에 같이 있다가 나온 것 같은데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보기가 안쓰러워 우산이라도 씌워드리려고 할머니 옆으로 다가갔다. 내 발걸음 자국마다 살얼음이 끼고 있었다. “우산도 없냐.”는 소리가 귓전에서 회전했다. ‘~도’라는 조사가 문턱까지 쫓아와 몸살을 앓게 한다. 여러 생각이 오갔다. 그 말이 방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