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멀미 2

귀 멀미/ 김근혜

귀耳가 저녁에는 더 바쁘다. 예불시간에 맞춰 종이라도 치려는 건지. 커다란 눈을 단 산악자전거가 찌르릉거리며 귓속을 이러저리 달리는 느낌이다. 전입신고도 하지 않고 입성한 그에게 정거장이 돼주기로 했다. 왼쪽으로 누워야 겨우 내려오는 차단기도 마다하고 두근거리며 그를 기다리는 날이 생겼다. 전깃줄 우는 소리, 파도 소리, 매미 소릴 내며 쉼 없이 조잘거리는 귓속. 그가 요동칠 땐 이상하게 첫사랑이 떠올랐다. 귓속을 어지럽히던 그가 잠시 침묵을 하는 동안 금단현상이 왔다. 그 적막이 못 견디게 힘들었다. 나쁜 사람과 함께 하면서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것처럼. 어린 시절 외롭게 자란 탓도 있다. 난 황혼 무렵을 사랑하지만 미워도 한다. 해거름, 대문 밖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일은 쓸쓸했..

카테고리 없음 2022.02.09

귀 멀미-김근혜

귀 멀미 김근혜 귀耳가 저녁에는 더 바쁘다. 예불시간에 맞춰 종이라도 치려는 건지. 커다란 눈을 단 산악자전거가 찌르릉거리며 귓속을 이러저리 달리는 느낌이다. 전입신고도 하지 않고 입성한 그에게 정거장이 돼주기로 했다. 왼쪽으로 누워야 겨우 내려오는 차단기도 마다하고 두근거리며 그를 기다리는 날이 생겼다. 전깃줄 우는 소리, 파도 소리, 매미 소릴 내며 쉼 없이 조잘거리는 귓속. 그가 요동칠 땐 이상하게 첫사랑이 떠올랐다. 귓속을 어지럽히던 그가 잠시 침묵을 하는 동안 금단현상이 왔다. 그 적막이 못 견디게 힘들었다. 나쁜 사람과 함께 하면서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것처럼. 어린 시절 외롭게 자란 탓도 있다. 난 황혼 무렵을 사랑하지만 미워도 한다. 해거름, 대문 밖에서 가족을 기다..

근* 글 201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