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글

어디가 끝?

테오리아2 2018. 3. 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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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끝?

 

키 작은 문어 머리 H네 암자.

코딱지만한 데 사람들은 들끓어.

H는 입담이 좋고 잘 삐져서 아줌마로도 불려.

사람들 끌어모으는 재주가 남달라서 시주가 떨어지질 않아. 

 

그한테 가면 쉽게 명예를 살 수 있어서 돈을 싸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돈은 많은데, 물건은 제 구실을 못하고 명예는 얻고 싶은 사람들.

그러니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지.

그의 손을 거치면 도금한 것 같이 돼서 수상작이 될 때가 많아

그러다 보니 그의 손을 빌어 명예를 얻는 거지

난 그를 교주라 불러. '선생'과 '교수'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은 그를 '교수'라 불러

 

교주의 암자는 점점 커져 갔지.

알량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돈을 많이 주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암자에 명부를 새겨주지.

돈을 조금 준 사람은 도마 위의 생선이야. 그 사람은 당연한 것만 있고 감사는 몰라

 

돈만 밝히다 보니 물건값을 제대로 보는 눈이 멀어 버렸어.

물건이 탐나면 자기네 암자로 불러내서 상대가 돈을 스스로 내도록 만들지.

혀가 아주 힘이 있어.

 

글쎄 암자를 짓는다고 떠벌리니 백명의 사람이 한 사람당 백만원씩을 냈다지 뭐야

벼르박에 이름 하나 박으려고 돈 보따리 싸들고  바리바리 간 거지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교주가 생기는 거지

혀만 굴려도 가만히 앉아서 1억을 모아. 능력 좋아 문어 대가리 H씨

그 돈으로 머리털도 심었을 거야

 

난 쓰레기 같아서 그 암자엔 발을 끊었지.

그런데 그 암자가 조금 용하다고 소문이 나서 내 물건을 팔아보기로 했어.

 

흥정하려고 저녁을 사겠다고 했지.

교주는 캄캄한 곳이 좋다며 그런 장소를 알아보라고 하더군.

난 밝은 곳이 좋다고 했어. 그래도 못 미더워서 ㅊ씨를 데리고 나갔지.

싫고 좋음이 죽 끓듯 하는 그 특유의 표정이 가관이었지.

나 혼자 오지 않았다고 H는 금방이라도 화를 낼 기세였어.

 

(초등학교 다닐 때 늙은 교감이 여자아이들을 수업 시간에 숙직실로 불러내서 성추행한다는 소문이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교감이 나 혼자 숙직실로 오라고 하더군. 난 겁이 나서 친구를 데리고 갔지. 그랬더니 혼자 오지 않았다고 친구 보는 데서 따귀를 때리고는 가라고 하더군. 아마도 그 교감, 지옥에서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거야)

 

그런데 ㅊ씨가 H에게 감사 시주를 한다고 하니 금세 헤벌쭉하며 자리에 앉더군.

그리곤 내 물건 값을 터무니없이 깎았지. 바로 보복행위로 돌입하더군. 나도 그런 인간에게 내 물건을 팔고 싶지 않아서 자존심을 지켰지.

 

난 그 코딱지보다 더 유명하고 전통이 있는 D 암자에 내 물건을 팔기로 했지.

그런데 그곳에 H가 가끔 입 팔러 오는 데라서 내 물건을 알아보고는 K 남이랑 합세해서 훼방을 놨지. 난 또 보복을 당했어.

그래도 D 암자의 주인은 내 물건의 진가를 알아보고 다른 감정인을 불렀지.

그래서 내 물건을 제값에 팔 수 있었어.

 

문어 대가리 H씨 인과응보는 알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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