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글

대일산필<우리가 되는 방법>-김근혜

테오리아2 2013. 12. 3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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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산필<우리가 되는 방법>

 

 

    집 가까이에 미술관이 생겼다. 사람들은 문화적인 공간이 생겨서 얼마나 좋으냐고 말한다. 무덤덤하게 어깨만 들썩였다. 그림을 보며 행복해하는 이들이 낯설고 부럽기도 했다. 샤갈이니 뭉크니 하면 새로 나온 초콜릿 이름인 줄 알고 말하다가 창피를 당한 적도 있다. 그 후부터 대화 방편으로 문화적인 공간을 가끔 찾는다.

 

   우리가 되는 방법이란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이완이라는 작가의 미술품인데 사물들을 모아서 여러 저울 위에 올려두고 각 저울의 눈금을 5.06kg에 맞추어 놓았다. 지나치려다 하나같이 똑같은 저울의 무게에 시선이 멎었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모습은 다른 사물들과 어울려 하나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모난 부분을 버려야 목적에 맞는 무엇이 된다는 것 같았다. 마네킹 다리와 먼지떨이, 쓰레기봉투, 항아리 등은 온전치 못한 모습이었다. 서로 섞여 똑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잘려나가 있었다. 하나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 같았다. 서로 다른 사물이지만 양보하고 타협하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무게의 평형을 통해 전하고 있다.

 

   그곳은 세속과는 먼 세계 같았다.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버리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세계. ‘우리가 되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며 좁은 길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우리란 단어에는 희생적인 의미가 있다. 절단된 상처는 나를 버리지 않고는 이질적인 요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리라. 새로운 결합체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무런 고뇌 없이 의 영혼이 어우러지겠느냐고. ‘를 나누기에 급급한 세상에서 화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란 말을 들으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서로 결합되어 있어 쉽게는 끊어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안아주고, 감싸주며, 부축해주고, 용기를 주는 단어이다. ‘우리란 이름 안에는 사랑이 흐른다. 배려와 관심을 가지고 너를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의 영역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지만, 겉모습만 우리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상이나 가치를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꿈을 꾸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수의 사람들은 나를 내세우는 일에 집착하여서 타자에겐 관심이 없다. 내 존재를 증명하는 출사표를 내보이기에 급급했던 시간을 미술관에 와서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우리라는 개념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구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저울의 무게를 똑같이 맞추었을 것이다. 수평은 곧 우리라는 등식관계이다. ‘란 존재를 버리고 가 어깨를 겯고 비움으로써 같아진다는 의미다. 서로 다른 사물들이 모여 하나를 이루었듯이 서로 힘을 합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아플 땐 가까이서 보살펴주고 슬플 땐 위로가 되어주는 그런 관계. 나만의 색깔을 버리고 다른 색과 섞이는 것. 내가 그어놓은 선 안으로 네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일. 내 마음과 네 마음이 교집합을 이루는 것. 내 주장을 버리고 너의 의견을 절충해서 화합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우리가 되는 게 아닐까.

2013. 12 16 <김근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