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나기 김근혜 가을은 여인의 가슴을 애연(哀然)하게 한다. 삶을 빚던 봄과는 달리 철썩 파도가 때리고 가는 느낌이다. 외로움이 불쑥불쑥 문턱을 넘나든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캄캄하고 텅 빈 공간에서 느껴지는 황량함이 두려워 선뜻 들어서기가 망설여진다. 열었던 문을 다시 닫고 거리로 나선다.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홀로나기 연습 중이다. 처음엔 혼자 있는 것이 홀가분해서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간섭할 사람이 없어 좋고 행동도 자유로워 눈치 보지 않아도 되었다. 삼 대가 도를 닦아야 누릴 수 있는 호강이라며 부러워들 했다. 혼자 오래 살다 보니 음식도 사 먹는 편이 많다. 어쩌다 만나는 가족이 반갑고 즐거워야 하는데 요리할 일이 스트레스로 여겨질 때도 더러 있다. 그런데 이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