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을 털어내자마자 서둘러 마당을 쓴다. 이 집으로 이사를 한 후, 비가 오는 날이 아니고는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밤새 내린 이슬의 감촉이 손끝에 촉촉이 감겨온다. 대빗자루 끝이 흙을 파고들어 그림 아닌 그림이 그려질 만큼 온 힘을 다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마당을 쓴다기보다는 미세하게나마 흙을 뒤엎는다고나 할까. 집주인이 되어 아홉 해가 흐른 지금까지 뜰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흙 마당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 텃밭 자리를 떼어 내고, 다실(茶室)로 사용할 별채 자리도 제법 잘라갔다. 온 마당 가득 일년초를 심어 사계절 피고 지게 하는 일은 평생의 중요한 숙원사업이건만, 남편은 유실수를 심으려고 호시탐탐 내 땅을 노리고 있다. 더구나 오다가다 들른 동네 사람들은 잡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