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짖습니다. 낯선 이가 지나가나 봅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채마밭에 한 여자가 허리를 숙이고 서 있습니다. 뒷 절은 산 모양대로 앉은 암자여서 계단식 구조입니다. 학교 울타리를 지나면 예쁜 열무밭, 배추밭. 그리고 어른 키만한 옹벽 위에 풍진이가 지키는 작은 절 마당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 마당 한켠에서 진회색 몸뻬 입은 아줌마가 푸성귀를 다듬고 있지만 풍진이는 예사로운 집안일이라는 듯 그쪽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채마밭의 나그네를 향해 귀를 세우고 서 있습니다. 개 집 옆 감나무 두 그루가 화려한 가을단장을 마무리한 후 지난 주 내내 알록달록한 잎사귀를 멋쟁이 옷깃 세우듯 치켜든 채 실눈 뜨고 풍진이를 내려다보더니 주말 지내고 출근하니 헐렁헐렁 힘이 빠져 있습니다. 간밤에 다녀간 초겨울 비에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