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과 저녁상을 받았다. 콩나물국에서 더운 김이 피어오른다. 고춧가루를 듬뿍 탔다. 코를 훌쩍거리며 국물을 떠 마시고 건더기도 어적어적 씹어 삼켰다. 요 며칠 나는 감기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서울에 가면, 거기서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한식은 아예 구경도 못하리라는 전제가 생략된 질문이다. 하긴 나도 아르헨티나에서 끼니 때마다 밥과 김치를 먹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이민을 왔다. 감기에 콩나물국을 일부러 끓여 먹을 정도라면 못 미더워 할 사람도 꽤나 많을 것 같다. “아, 시원하다.” 얼른 고개를 들어 아들의 얼굴을 건너다보았다. 아비 앞에서 본데없구나 싶기도 했지만, 그 생각은 잠깐이고 어쩌면 그렇게도 제 할아버지 어투를 꼭 뺐을까에 정신이 몽땅 몰수를 당했기 때문이다.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