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을 잡고 캄캄한 밤길을 걸었다. 대여섯 살 먹은 아이가 겁을 먹을 만도 한데 엄마가 있어서 괜찮았다. 어른들 말을 들으니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인민군이라고 했다. 인민군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인민군에 발각되지 않게 조심조심 빙판길을 걸어야 한다고 엄마는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런데 가죽 구두 굽에서 들리는 “똑똑 딱딱.” 소리가 골짜기에 더욱 크게 울렸다. 아버지가 사주신 구두였다. 한 짝이 언제 없어졌는지 쭈그려 신은 한쪽 발에서 소리를 냈다. 사람들은 구두 소리에 화를 내며 잰걸음으로 앞질러갔다.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욕을 먹으며 길을 걸었다. 밤하늘에 별들은 잠도 없는지 초롱초롱 빛을 품어내고 있었다. 엄마 등에서 동생도 잠이 들었는지 숨소리마저 내지 않았다. 엄마는 앞서가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