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전광석화처럼 내 눈에 꽂혔다. 고래가 척추에 작살이 박힌 채 온몸을 펄펄 요동치고 있다. 임신한 처와 자식을 떠나 화석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 같다. 암벽 속에서 필사적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고래의 몸짓이 검푸른 파도를 밀어낼 것 같은 생동감에 온 몸이 떨린다. 무슨 이유일까. 바다 속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걸까. 고래 등뼈에 대형 작살이 번개 자물쇠처럼 처. 절. 히 박힌 것을 보니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선사시대의 아비규환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래 떼들이 천길 바닷속에서 이동하는 광경이 내 눈 속에 풍덩 빠져 들어온다. 아침나절 날씨가 점심때까지 내숭을 부렸다. 눈치를 못 챈 나는 별렀던 반구대 암각화를 보려고 출발했다. 얼마 가지 못해 굵어지는 빗방울에 차창이 얼룩무늬를 지었건만 고래를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