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신이 숲길을 지나는데 멀쩡한 나뭇가지가 떨어진다면, 용의 선상에 과연 누구를 올리겠는가. 바람, 혹은 새? 그도 아니면 다람쥐나 청설모? 허나,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라면, 잘라낸 단면이 부리를 연장으로 썼다기에 너무 정교하다면, 떨어진 나뭇가지가 한결같이 참나무 속의 활엽수라면? 남은 용의자는 이제 다람쥐와 청설모뿐이다. 도토리나 상수리를 즐겨 먹기로 사람을 제하곤 이들뿐이다. 그악스러운 뙤약볕이 하늘을 지져대는 한낮이었다. 바람도 출타중인데 자꾸만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소낙비처럼 직선을 긋지도, 꽃잎처럼 하르르 지는 것도 아닌, 성글고 큼지막한 눈송이처럼 요요하면서도 유연한 하강이었다. 나뭇잎 대여섯 장을 꽃잎처럼 두른 중심엔 연회색 모자를 쓴 도토리가 앉아 있었다. ‘드디어 사건 현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