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앞에 두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세모에 8개월 난 금쪽같은 손자를 잃었다. 백세시대를 열었다는 현대 의학의 모든 것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중환자실에 누워 제 어미를 올려다보며 흘리는 손자의 애절한 눈물 한 방울을 그치게 하지 못했다. 생후 두 달을 갓 넘긴 둘째 손자가 39℃를 오르내리는 고열로 입원했다. 폐렴, 뇌수막염을 의심하고 온갖 검사를 받았다. 갓난아기의 척수를 뽑는 일이 어디 간단한 일이던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진 며느리는 눈물부터 쏟아냈다. 자지러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처치실 밖까지 새어 나오자 나는 귀를 막고 복도 끝까지 도망치고 말았다. 병원에서 원인을 모르겠다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큰 병원으로 옮겼다. 그곳에서는 ‘가와사키’라는 병을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