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자기 잠이 들어. 그러니까 갑자기 잠이 드는 게 내 병이야. '갑자기'라는 시간. 그게 얼마나 무서운 시간인지 너는 모리겠지. 예측할 수도 없고 그래서 대비할 수도 없어. 그 시간은 만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상황을 고려해주지 않아. 정말, 그저, 갑자기, 잠이 들어버리는 거야. 그런데 그 잠은 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아프지 않아. 보는 것과 달리 무섭지도 않고. 아니, 저녁이 오고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 어둠 속에 누워 서서히 잠드는 정상적인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어. 이 잠은 완벽하거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 세계와는 전혀 다른 이상한 세계에 내 방이 있다고 치자. 이 잠은 그 방에 놓여 있는 가장 편안한 침대에서 잠자다 깨어나는 것과 같아. 그 세계는 이 세계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