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엔 거지가 흔했다. 그때는 거지들이 탁발승처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구걸을 했다. 곡식을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먹던 밥을 퍼주었다. 어머니가 거절하는 경우는 대개 거지가 아침 식전에 온다거나, 멀쩡한 사람이 구걸을 다니는 경우였다. 거절하면 말없이 조용히 가는 사람도 있었고 문간에 붙어 서서 떼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전후에 생긴 고아 거지들도 많았다. 그 애들은 대개 깡통을 들고 다녔다. 길거리에, 다리 밑에, 사직공원 정자에 거지들이 득실득실했다. 거지를 보지 않고 지나는 날이 드물 정도였다. 양지 녘에 거지 남매가 쪼그리고 앉아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던 기억도 있다. 몇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고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서 얻은 밀가루인지, 조그맣게 반죽을 하여 떡 모양도 빚고 국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