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9 김근혜 교회 앞마당에 들어섰다. 헌혈차와 몇 개의 부스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이라 예사로 넘기고 본당으로 향하고 있는데 “원장님”하는 목소리가 귀에 익다. 학모로 만나 지금까지 정을 나누고 있는 지인이다. “장기기증하실 거죠? 저도 했어요. 남편한테 권했는데 내가 서약서 쓰는 동안 도망가고 없네요. 큭큭.” 뜬금없는 지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뭔가 옹색한 변(辯)이라도 늘어놓는 게 순서일 텐데 이럴 때 내 입심은 발휘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스로 향하고 있는 내 발걸음이 신기했다. 서약서를 받아들었다. 글씨가 작아 잘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하는 것이니 읽어볼 필요도 없었다. 모두 표시했다. 얼떨결에 하긴 했는데 무슨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