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2

일등주의-김근혜

일등주의 김근혜 마음에 불을 안고 사는 건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상대방이 보면 별것 아닌 일도 나에겐 중요하고 큰일이 된다. 불의하고 불공정한 것에 대해서는 참을성이 부족하다. 속에 가두어두었던 불이 불쑥 튀어나와 활활 타오르곤 한다. 지나고 보면 후회된다. 지인은 눈만 슬쩍 감으면 편할 일을 왜 자처해서 힘들게 사느냐고 충고한다. “그냥 모른 척하고 있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난 홧김에 사고를 치고 말았다. 피땀 흘려 쌓은 탑이 일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내 수고와 노력은 일등 앞에서 자존심이 갈가리 찢어졌다. 말로만 듣던 일등주의, 일등만 인정하는 세상에 참지 못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등만 부추기는 사회에서 선選..

근* 글 2018.04.04

기러기/김근혜

알에서 깨어난 기러기가 걸음마 중이다. 아직 세상 밖을 모르는 새끼 기러기들에게 무서운 건 없다. 그저 잔잔한 수면 위는 평화롭기만 한 안식처다. 떨어진 곡식을 먹으며 다른 서식지를 찾기 위해 길 떠날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기러기 떼가 내 아이 같다 딸이 영국에 가서 공부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노심초사했다. 논스톱 비행기 표가 비싸서 다른 지점을 경유하는 비행기 표를 샀다. 혹시라도 잘못 타거나 안내인 없이 무사히 학교에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무리 속에서 맹금류에게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데 보호권을 벗어난 아이라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겨우 걸음을 떼고 아장아장 내딛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한데 세상 밖으로 떠나보내서 편치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