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화이트로 치장해 본 것은 딱 한 번. 웨딩드레스를 입었을 때였다. 전문가의 섬세한 손길로 완성된 메이크업, 한 올이라도 흐트러질 새라 스프레이를 반 통쯤 쏟아부은 빳빳한 머리카락, 그 위에 고정시킨 티아라. 부풀린 페티코트 위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다음, 하이힐로 키를 10cm 넘게 높이고 거울 앞에 섰을 때, 나도 놀랐다. 내가 나 같지 않아서. 마치 왕족이라도 된 듯 눈 깜짝할 새에 신분이 상승한 듯했다. 신부를 태운 자가용이 예식장 주차장에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신랑이 뛰어왔을 땐 더했다. 문을 열어주려다 멈칫하며 나를 바라보던 신랑의 눈빛에서 놀라움과 찬탄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도 이제까지 만나온 여자가 낯설듯 나 또한 그가 낯설었다. 이발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