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리저리 궁상맞게 변명거리만 주절댔다. 아내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걸 오랜만에 보았다. 분노가 정점을 넘었다는 걸 알아챘다. 공포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변명으로 풀릴 일이 아니기에, 멀뚱멀뚱하니 주인의 눈치를 알아보려는 개꼴이 되었다. 핥고 빨다가 눈에 거슬리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버리는 멍멍이 말이다. 나는 아내에게 사육되고 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친구들과 한잔하면서도 "아마도 나는 마누라한테 사육당하는 것 같다."라고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했다. 마흔 초반이었던가. 미친 듯 나를 풀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퇴근 중에 발작적으로 포항 밤바다를 찾았다가 새벽녘에 돌아와서는 "아내 앞에서 나를 그만 사육하고 이젠 풀어달라."고 외쳤다. 회사도 출근하지 않고 곧바로 집을 나와 버렸다. 가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