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에선 누가 내릴까.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눈치를 보며 서로의 등을 떠밀었다. 몇 사람이 쫓겨났다. 기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출발했다. 입사 첫날, 나도 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직장은 참 시끄러운 곳이다. 진실은 대개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고, 소문과 험담엔 은밀한 날개가 달렸다. 누군 누구의 동문, 누구 고향 친구는 누구, 누구는 누구와 같은 교회, 누구 부모가 누구고 그 누구와 누구가 서로 돕는 사이란 말이 삽시간에 퍼졌다. 줄타기 선수들이 짠 촘촘한 거미줄에 참과 거짓은 한데 뒤엉켰다. 다음 기차역에서 누가 내리게 될지 그 거미줄을 보면 알 듯도 했다. 시간이 흘렀다. 나도 제법 많은 역을 지났다. 입석으로 탔지만, 저 끄트머리에 내 자리도 나는 걸까. 어느 날, 막 열차에 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