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이 마당을 기웃거린다. 길 잃은 개인지 어린 고라니인지 모를 짐승이 살금살금 뜰을 건너온다. 길고양이 한 마리 담을 넘어 골목 저쪽으로 사라진다. 맞은편 산자락이 천천히 제 능선을 지우면서 어둠이 사위에 드리운다. 딸깍, 저녁의 처마에 낡은 등불을 켠다. 부엉이 울음소리, 쓰르라미 부비는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밤의 교향곡 선율을 따라 시냇물 소리도 넘실거린다. 주근깨 같은 별들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 밤하늘을 수놓는다. 저 별빛 중에는 수억 년을 달려온 것들도 있겠다. 시간의 장구한 길이를 가늠하자니 먼 빛이 더욱 아득해진다. 내 삶은 등 하나를 찾는 여정이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린 그와 나는 두 손을 꼭 잡았다. 세찬 바람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도 우리는 반드시 도시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