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녀석을 찾고자 뒤적인다. 나는 생선 조림을 먹을 때면 으레 녀석을 제일 먼저 찾는다. 날것의 싱싱함을 찾아볼 순 없지만, 그의 남다른 맛을 나의 혀는 여전히 기억한다. 누군가는 씹는 맛도 없는데 무에 그리 좋아 찾느냐고 말할지도 모르리라. 그것은 무의 맛을 진정 모르는 사람의 소리이다. 무란 녀석은 한마디로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제 어디서든 남의 것을 제 것인 양 전부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대상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의 맛도 확연히 달라진다. 생선 조림의 무는 생선의 자양분과 바다의 향기를 그대로 끌어안아 짭짤한 맛으로 변신한다. 또 김장 김치의 속에 박은 무는 어떠한가. 결이 삭은 무의 맛은 시원하고 새큼달큼하다. 무를 직접 먹어봐야 알지, 어찌 그 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