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후미에서 와글거렸다. 달려가 보니 말라죽은 나무 앞이다. 뭉툭하게 잘린 표면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한 아이가 다가가 손가락으로 왼쪽 구멍을 후벼댄다. 마치 자신의 콧구멍을 후비는 양 얼굴을 찌푸린다. 지켜보던 애들이 까르르거린다. 나무에 돌기가 돼지코를 쏙 빼닮았다. 사진기를 들여대는 내게도 콧김을 내뿜을 태세다. 나무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일으키며 자지러질 수밖에 없는 동물의 형상이었다. 방금 내가 아무 의식 없이 그 옆을 스쳐간 고사목이다. 평생 난쟁이로 키운 몸피가 한 아름이나 될까. 그 흔한 푸른 바늘잎 한 잎도 없다. 몸채가 미끈하게 뻗은 나무도 아니다. 꽤 오랜 세월이 흐른 듯 허옇게 메말라 길목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나무가 뿌리내린 곳이 사람들이 드나드는 길목이니 거치적거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