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이 발표 나던 날, 아내는 베란다에 서 있었다.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두 손을 꼭 쥐고 바깥만 바라보았다. 아내는 아들을 기다렸다. 제 자리만 맴돌던 아내가 급히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아들 녀석은 거실로 들어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현관에서 미적거렸다. 아내가 아들 녀석을 데리고 거실로 들어왔다. 내 앞에선 아들 녀석은 성적표를 내놓지 못하고 한동안 눈만 껌뻑거렸다. 제 어미가 괜찮다고 몇 번이나 타이르고 나서야 아들 녀석은 주머니에서 겨우 성적표를 꺼냈다. 하지만 아들 녀석은 나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움켜쥐고만 있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아들 녀석의 성적표를 받아 나에게 대신 건넸다. “이래가지고 대학 가겠냐!”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질렀다. 아내가 걱정스런 얼굴로 내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