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보내준 옥수수 한 자루. 검푸른 옥수수들이 금방이라도 주머니의 망을 찢고 튀어나올 것처럼 싱싱하다. 보기만 해도 실팍하다. 얼른 한 개를 꺼내 든다. 손에 전해 오는 느낌이 제법 푹신하다. 이미 시들어 누릿해진 한 겹 겉껍질 아래 진한 초록색 잎맥의 결은 거칠다. 마치 갑옷이라도 두른 듯 단단하다. 껍질을 벗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도톰한 그 질감에 끌려 벗겨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야무지게 여민 품이 여간해서는 속을 내주지 않을 기세다. 어디서부터 공략할까. 색다른 긴장감이 서늘하게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내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치미를 뚝 떼고 제 몸을 맡긴 양이 천하태평이다. 어차피 내줄 요량이면서 끝내 모르쇠 하는 것 같아 앙큼한 맛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