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아홉 살 무렵, 외가에서 더부살이를 했었다. 외가에서 맨 처음 배운 일이 아궁이 불 지피는 일이었다. 아궁이에서 뭉글대는 연기가 꾸역꾸역 기어 나오면 외할머니는 부지깽이를 내 손에 쥐어줬다. 내가 아궁이 앞에서 풍구를 돌리며 불길을 잡고 있을 때, 외할머니는 우물에서 물을 가득 담은 대접을 들고 들어왔다. 물 대접은 부뚜막 위에 올려졌다. 외할머니는 물 대접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손바닥을 마주 비볐다. 사악 사악 쓱쓱 사삭 사삭. 월남 간 우리 진호 지발 덕택에 지발 덕택에…. 사악 사악 쓰슥 삭삭. 나는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외할머니 손바닥 비비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 소리는 가을 아침, 겨울 아침까지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었다. 겨울은 배고프고 심심했다. 외할머니 빈 젖을 물고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