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깨어난 기러기가 걸음마 중이다. 아직 세상 밖을 모르는 새끼 기러기들에게 무서운 건 없다. 그저 잔잔한 수면 위는 평화롭기만 한 안식처다. 떨어진 곡식을 먹으며 다른 서식지를 찾기 위해 길 떠날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기러기 떼가 내 아이 같다 딸이 영국에 가서 공부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노심초사했다. 논스톱 비행기 표가 비싸서 다른 지점을 경유하는 비행기 표를 샀다. 혹시라도 잘못 타거나 안내인 없이 무사히 학교에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무리 속에서 맹금류에게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데 보호권을 벗어난 아이라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겨우 걸음을 떼고 아장아장 내딛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한데 세상 밖으로 떠나보내서 편치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