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으로 밥을 먹었다. 해방을 맞이한 조선인 동네는 술렁이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났다는 기쁨보다 고국으로 들어가냐, 또는 남느냐 결정하는 것이 먼저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서로 묻고 답하느라 법석이었다. 만주는 조선보다 절기가 빨라 들녘에는 벼가 누릇누릇 익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힘들게 마련한 농토이지만 공산당 정권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무엇보다 신앙생활을 무섭게 탄압한다는 풍문도 나돌고 있어서 결국 우리도 친척들과 같이 떠나기로 했다. 고향을 떠나 먼 곳에 이민 와서 겨우 기반을 잡고 이제 살만했는데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고 아쉬웠다. 집과 농토를 헐값에 넘기고 가축을 팔아 여비를 마련하여 긴 여행에 필요한 옷· 이불· 취사도구· 양식 외에 미숫가루· 엿· 육포· 반찬· 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