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라는 작품이 전후 일본의 베스트셀러의 으뜸으로 꼽히고 그다음은 '들불(野火)'이라고 한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마치 일본 서적의 선전문 같아서 겸연쩍은 생각이 없지도 않은데, 실은 일본에 파견교사로 가 있는 제자가 앞에서 말한 두 권의 책을 보내주어서 읽을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권이 다 값이 싼 문고판이기는 하지만 그 호의가 고맙기 이를 데 없다. 지난날에는 이와나미 문고[岩波文庫]가 일본의 독서계를 풍미했었는데 이번 문고판은 처음 들어 보는 이름들이다. 전후에 저들의 나라에서 출판된 도서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터인데, 그중에서 인기의 서열이 1. 2위라고 하니 적지 않게 호기심이 일었다. '검은 비'는 일본 히로시마 시의 원폭피해(原爆被害)를 다룬 내용이고, ‘들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