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수천의 봄 김근혜 생목 오르는 봄, 사람들은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떠났다. 노을만이 지붕 위에 머물다 산을 넘었다. 그들은 울지 않았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두 시대가 공존하고 있다. 건너편에는 다 쓰러져 가는 슬레이트집 몇 채가 힘에 겨운 듯 버티고 있고 맞은 편 아파트촌에는 고급 승용차가 수시로 드나든다. 욱수천 개발 공사로 몇몇 집은 이사를 하였는지 헐리고 없다. 보다 못한 빈자의 뜰엔 컨테이너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소 울음만 귀에서 맴돌고 낡은 외양간엔 늙은 트럭 한 대가 우두커니 서 있다. 소는 사람과 더불어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한 존재다. 살림살이 밑천이고 만년 머슴으로 집안의 장남 격인 소를 마지못해 팔았을 주인의 마음은 어떠할까. 놀라운 일이다. 나무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톱보다..